목회자코너

                                                 “소록도의 천사들”

마리안과 마가레트 수녀님들은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요 수녀들이었다.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20대 꽃 같은 나이였다. 수녀회에서 한국의 소록도에 한센병 환자들을 돌볼 손길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듣고, 1962년에 소록도에 왔다. 이분들은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한센병자들의 상처를 만졌다. 매일 오후에는 손수 쌀로 죽을 쑤고, 과자도 구워서 바구니에 담아 들고 마을을 돌면서 병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본국 수녀회에서 보내 오는 생활비까지 한센병 환자들의 우유와 간식비에 썼고, 간혹 병이 나아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비로 쓰라고 나눠 줬다. 소록도 주민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친 두 수녀를 ‘할매’라고 불렀다. 꽃다운 20대부터 수천명의 한센병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일생을 한센병자들을 돌보고 치료하는데 아낌없이 다 바쳤다.

소록도에 온지 43년 되던 해, 어느날 그들은 말도 없이 사라졌다. 모두가 잠든 껌껌한 새벽에 편지 한 장을 남겨 놓고 육지로 가는 첫 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주민들에게 남긴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나이가 들어 사랑하는 환우들을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되고, 주민들에게 부담이 될 정도가 되면 빨리 떠나야지 늘 마음을 먹었는데, 이제 그때가 되었네요. 언어도 문화도 부족한 외국인들인데, 그동안 주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서 너무나 감사하며, 혹시라도 우리의 부족함으로 누구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다면 부디 예수님의 사랑으로 용서해 주세요.” 소록도 주민자치회장 김명호씨는 “수녀님들이 처음 소록도에 왔을 땐 환자가 6,000명, 아이들이 200명쯤 되었어요. 약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었는데, 수녀님들이 와서 43년간 한평생을 바쳐 정성을 쏟아 치료한 덕분에 소록도는 이제 많이 좋아져서, 환자도 60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수녀님들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천사들이었습니다. 작별인사도 없이 섬을 떠난 수녀님들 때문에 온 섬 주민들이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분이 소록도를 떠나던 날, 멀어지는 섬과 집들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고 한다. 20대에 와서 43년을 살았던 소록도였기에, 소록도가 그들의 고향이었다. 고향 오스트리아는 오히려 낯선 땅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지금 수도원 3평 남짓 방 한 칸에 살면서 소록도가 그리워 방을 온통 한국 장식품으로 꾸며놓고 오늘도 소록도의 꿈을 꾼다고 한다. 누군가를 섬기는 삶은 복되고 아름다운 삶이다..                  

                한무리 목양실에서 박 목사 드림 (602호, 10/8/23)